[서기찬의 영화 뻥] "죽은 사람이 보여요"... 다시 보는 '식스 센스'

서기찬 / 기사승인 : 2017-06-09 08: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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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주말 EBS-TV 영화... 11일 낮 오후 1시55분 '일요시네마'

[ebs 주말 TV 영화]


- 9일 금요일 밤 12시25분 금요극장에서 감상할 작품은 ‘두 여인(La Ciociara/ Two Women, 1961, 감독: 비토리오 데시카)’입니다. 소피아 로렌, 장 폴 벨몽드, 엠마 바론 등 출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이 원작. 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 치오치아리아 지방에서 프랑스 원정군 소속 모로코 용병들이 자행한 집단 강간 및 살인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요 사건으로 등장합니다. 파시즘을 앞세워 독일과 손잡고 전쟁을 벌였던 이탈리아는 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소시민들에게도 이 전쟁은 고통만을 남겼습니다. ‘두 여인’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모녀를 통해 전쟁의 잔혹함과 모성의 강인함을 그렸습니다.
어머니 ‘체시라’ 역을 맡은 소피아 로렌은 촬영 당시 26세의 나이로 십대 딸을 둔 어머니를 열연했습니다. ‘두 여인’으로 로렌은 비영어권 작품에 출연한 배우로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그밖에도 칸 영화제 등 22개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대표 주자 중 한 명인 감독 비토리오 데시카의 작품답게 2차 세계대전 당시 피난민들의 생활과 이탈리아 전원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담하게 그린 점이 인상적입니다. 데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1948)도 강추.





- 10일 토요일 밤 10시55분 세계의 명화에서 준비한 작품은 ‘스포트라이트(Spotlight, 2015, 감독: 토마스 맥카시)’입니다.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마이클 키튼, 리브 슈라이버, 존 슬래터리, 스탠리 투치 등이 나옵니다.
신문사 <보스턴 글로브>에는 심층취재를 전문으로 하는 스포트라이트팀이 있습니다. 새롭게 부임한 국장 마티 배런(리브 슈라이버)의 눈에 들어온 한 칼럼이 있었습니다. 내용은 지난 30년간 보스턴 내 6개 교구에서 80여명의 아이들이 사제에게 성추행을 당했으며 15년 전 추기경은 이 사실을 알고도 침묵했다는 정황이었습니다.
‘스포트라이트’는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기 위한 탐사 저널리즘의 본령에 충실한 영화입니다. 기자들이 취재원을 하나씩 취재해가는 과정과 그걸 바탕으로 기자들간 정보를 공유해 만들어내는 팀플레이가 돋보입니다. 특히 정신없이 계속되는 인물의, 또는 인물들 간의 대화는 그 자체로 영화의 재미가 되며,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건 취재 과정에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 11일 일요일 오후 1시55분 일요시네마에선 ‘식스 센스(The Sixth Sensem 1999, 감독: M. 나이트 샤말란)’를 방송합니다. 브루스 윌리스, 할리 조엘 오스먼트, 토니 콜레드 등 출연.
소리 소문 없이 등장한 이 공포 스릴러 ‘식스 센스’는 장르와 상관없이 평론가와 관객 모두에게 찬사를 받은 작품입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이 영화의 마지막 반전을 안 본 사람에겐 절대 누설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약속까지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영화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남들 얘기는 귀담아 듣지 말 것. 하지만 줄거리를 알고 봐도 여전히 재미있는 수작입니다. 이후 나오는 스릴러 공포물의 감독들에게 소위 '반전강박증'에 시달리게 만든 작품인 ‘식스 센스’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아니 설명을 하면 안 되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스포일러에 대한 일반인들의 헐렁한 관점을 바로잡아 준 계기가 된 영화이기도 합니다. 겁에 질린 채로 '내 눈엔 죽은 사람들이 보여요'라고 속삭이던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연기력도 영화의 인기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 11일 일요일 밤 10시55분 한국영화특선 시간에는 ‘1번가의 기적(2007, 감독: 윤제균)’이 편성됐습니다. 임창정, 하지원이 호흡.
윤제균 감독의 ‘1번가의 기적’은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빙그레 쓴웃음을 짓는 장면이 자주 등장할 뿐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 깊은 웃음의 의미를 생각나게 합니다. 이 영화는 참으로 무거운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1번가의 기적’은 때늦은 조폭 코미디고, 어떻게 보면 철거민을 다룬 폭력 영화이며, 또 어떻게 보면 권투를 통해 삶을 관조하는 스포츠영화입니다.
‘1번가의 기적’은 여러 요소를 결합해 우리 삶에 대해, 사람의 웃음과 울음, 고통과 슬픔, 기쁨에 대해 차분히 성찰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쉽게 낙관할 수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 삶이라고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코미디의 대명사 ‘채플린’의 영화가 가치 있는 것은 그것이 웃음을 다룬 코미디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웃음과 영화 스타일의 관계를 밝혀냈기 때문이 아니라, 코미디 안에 그 시대적 공기로서 의미 있는 웃음을 담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웃음이 ‘1번가의 기적’에 살짝 녹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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