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레싱 단편선 ‘사랑하는 습관’ 표지(도리스 레싱 지음/김승욱 옮김/문예출판사/384쪽/1만4800원) |
[한스타=박귀웅 기자] 문예출판사는 시대를 앞서는 사유와 통찰력으로 현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1950년대 초기 단편소설을 모은 ‘사랑하는 습관’을 출간했다고 29일 밝혔다. 여기에 실린 작품들은 1957년 ‘사랑하는 습관(The Habit of Loving)’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되었다가, 1994년에 레싱이 직접 쓴 ‘서문’과 함께 ‘19호실로 가다(To Room Nineteen: Collected Stories Volume One)’로 다시 출간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1994년에 출간된 책에 담긴 소설 20편 가운데 9편을 묶은 것으로, 한국에서는 모두 최초로 소개되는 단편들이다. 이 책에 담기지 않은 소설 11편은 2018년 7월 ‘19호실로 가다’라는 제목으로 문예출판사에서 이미 출간되었다.
‘사랑하는 습관’에 담긴 9편의 작품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경험한 유럽 대륙의 모습을 조망하며, 그 시대에서 벌어지는 개인적이고도 정치적인 사건을 섬세하지만 대담하게 포착하고 있다. 표제작 ‘사랑하는 습관’과 ‘그 남자’, ‘와인’, ‘다른 여자’ 등은 레싱의 특기라 할 수 있는, 이성애 관계에서의 사랑을 담담히 그려냈으며 ‘스탈린이 죽은 날’, ‘그 여자’, ‘낙원에 뜬 신의 눈’은 전후 유럽에서의 정치, 사회적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그 외에도 ‘즐거움’, ‘동굴을 지나서’처럼 일상의 소소한 일화와 감정에 주목한 소설도 담겨 있어 다양하고도 새로운 레싱의 작가적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도리스 레싱에게는 사생활, 개인의 죄와 행복이 모두 역사의 일면이라서, 단편조차 그녀의 시대와 그 시대의 양심을 기록한 연대기가 된다”는 문학비평가 로나 세이지의 말처럼 레싱은 전쟁 직후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한 명의 생존자로서, 그 시대의 삶을 충실히 기록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일상에서의 정치가 아닌 정치로서의 정치, ‘힘의 정치’를 우선했고, 흔하디흔한 사랑을 했지만 진실한 ‘사랑’은 하지 못했다. 우리는 레싱의 시대와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의 모습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우리는 여전히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변화와 안일함 사이에서 계속 방황하고 있으며, 진실을 직시하기보다 회피한다. 우리의 삶과 사랑이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이 느낀다면, 스스로를 성찰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면, 레싱의 소설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웹사이트: http://www.moon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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