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흔히들
할 말이 없어 침묵하지만
때로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침묵하기도 한다
대부분
진실을 지키려고 침묵하지만
간혹은 잘못을 덮으려고
침묵하기도 한다
결단코
신의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침묵하지만
무심코 불의를 외면하며
침묵하기도 한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 침묵하 ...
뿌리, 근원 그리고 근본
나무는
자라난 키의 높이만큼
긴 뿌리를 땅속에 감추고 있다지요?
강물은
흐르는 물의 길이만큼
먼 근원을 어딘가 숨기고 있겠지요?
사람도
성숙한 덕의 무게만큼
큰 사랑을 바탕에 가지고 있을 겁니다.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 가뭄에 마르 ...
인생의 스승과 주인
인생의 스승은 책이 아니라
말없이 흘러가는 시간이라는데...
강물은 흘러 바다로 가는 것이지만
시간은 흘러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강물은 흐르며 돌을 깎아내고
시간은 흐르며 삶을 덧붙인다
돌은 강물이 새긴 조각품이요
인생은 시간이 써내려간 책이다
우리는 사람이 쓴 책이 아니 ...
침팬지 선생님
휘황한 불빛 속에
아름다운 달의 신화는 사라지고
하늘을 찌르는 빌딩 계곡엔
찬란한 해도 몸을 비껴 피해간다
땅을 뒤덮은 표정 없는 아파트 숲에는
가슴이 퇴화된 털 없는 원숭이
유원인(類猿人)들이 살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는 더 이상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기지 말자
저 우리 속의 ...
어린 아이 선생님
어느 외딴 바닷가 모래밭에
파도에 밀려오는 성게를 주워서
다시 바다로 던지는 어린 아이가 있었어요
지나가던 어른이 물었어요
저렇게 밀려오는 성게가 수천 마리도 넘는데
네가 그렇게 던져 봐야 달라질 게 있겠니?
아이는 또 한 마리를 집어 던지며 대답했어요
제가 던지는 한 마리라도 ...
포기하지 마라
포근한 봄볕을 즐기며
조용히 산길을 걷다가
내 속귀를 두드리는 소리에
이내 발걸음을 멈추었다
저 참나무 가지에 매달려
새 집을 마련하려는 새 친구
딱따구리가 그 딱딱한 나무를
열심히 쪼고 있었던 것이다
톡톡토독 토독톡톡...
한참을 서서 바라보다 보니
어느 새 모르스 부호가
...
작은 생선을 굽듯이
거창하게 요란 떨 것 없다
미리 큰 소리 칠 일도 아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보인다
조용히 들어 봐야 들린다
보이지 않는 곳을 살피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어서
묵묵히 바로 잡아 주어야 한다
스스로 잘했다고 공치사 할 일은 더욱 아니다
정치(精緻)하게 따지면 복잡하지만
정치( ...
어떤 바램
세상살이가 녹록치 않다
고래등 같은 저택에서
호사스럽게 떵떵거리며
그렇게 살고 싶다는 게 아니다
그저 할 일이 있고
처자식 먹여 살릴 만하고
가끔은 친구들과 소주 한 잔이라도
기분좋게 마실 수 있으면 하는 거다
머리 허옇고 허리 굽은 노인들
종일토록 버려진 종이 줏어 봐야
뜨신 국밥 ...
풍류(風流)
- 멋진 삶의 길 -
바람이 분다
물이 흐른다
바람처럼 물처럼
사람이 산다
길을 가니
길이 생기고
길이 있어
길을 또 간다
공자의 길
노자의 길
석가모니의 길
풍류 속에 있단다
세세한 내용들은
선사 속에 있다지만
생생한 모습이야
화랑도에 드러난다
도의로써 ...
내일을 위하여
태양도 때론 구름에 가리우나
구름이 지나가면 더욱 밝게 빛나듯
성인 군자도 잘못을 할 때가 있지만
서슴없이 인정하고 기탄없이 고치기에
남들이 더 우러러 보게 된다
그러나 깨닫고 고칠 틈도 없이
흘러가 버린 지난 날의 잘못과 어리석음을
되새기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다가올 미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