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4월 마지막 주말입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느끼면 생활이 바쁘다는 증거입니다. 할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듯싶더니 벌써 여름 같은 날이 계속됩니다.이번 주 안방극장 영화 강추 작품은 ‘성난 황소(Raging Bull, 1980, 감독: 마틴 스콜세이지)’와 ‘황진이(1986, 감독: 배창호)’입니다.
세계 복싱 미들급 챔프 제이크 라 모타의 실화를 토대로 한 ‘성난 황소’는 단순히 복싱 영화가 아니라 가슴 깊이 내재된 성적 불안감과 질투로 마비된 한 남자의 내면을 복싱을 통해 그려낸 작품입니다. 주인공 제이크에게 있어서 링 위에서 얻어맞는 것은 고해성사이자 참회고 죄를 사함 받는 의식이며, 동시에 상대 선수를 때리는 행위는 단순한 공격이 아닌 분노의 표출이고 형벌입니다. 이 파괴적인 심리는 결국 모든 것이 처절한 파국으로 치달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폭주합니다. 한 평론가가 ‘우리 시대의 오셀로’라는 수식어를 붙였을 만큼,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되는 질투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는 걸작입니다.
▲금요일(24일) ebs 고전영화극장(밤 10:45)가 선정한 작품은 ‘카사블랑카(Casablanca, 1942, 감독: 마이클 커티즈)’입니다. 분위기 있는 험프리 보가트와 지성미 넘치는 잉그리드 버그만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작품입니다.
사랑했던 여인이 이유 없이 곁을 떠난 후 세상에 환멸을 느낀 한 남자가 다시 사랑의 힘으로 내면에서 얼어붙어 있던 감정을 일깨우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난 남을 위해서 목숨을 걸지 않는다’고 고집스럽게 말하며 자신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방관했던 릭은 옛 연인 일자의 눈물과 고백 덕분에 오래 전에 버렸던 열정을 되찾고, 다시 한 번 남을 위해 목숨을 겁니다. 사람의 마음을 얼리는 것도 다시 녹이는 것도 결국에는 사랑입니다.
▲ 토요일(25일) ebs 세계의 명화(밤 11:05)에서는 ‘성난 황소(Raging Bull, 1980, 감독: 마틴 스콜세이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198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로버트 드 니로)과 편집상(델마 스쿤메이커)을 수상한 작품. 그 밖에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음향상 등도 후보로 올랐으나 같은 해 나온 ‘보통 사람들(Ordinary People, 1980, 감독: 로버트 레드포드)’에게 작품상을 빼앗기고 맙니다. 그러나 평론가들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는 1980년대 최고의 작품으로 꼽혔습니다. 또한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자 영화사상 손꼽히는 걸작으로 평가됩니다. 스포츠 경기라기보다는 잔혹한 싸움에 가까운 대결을 강조한 촬영 및 슬로모션의 활용과 40, 50년대 음악들, 그리고 로버트 드 니로와 당시 신인이던 조 페시의 열연 등이 완벽한 앙상블을 이뤄 길이 기억에 남을 명품으로 탄생했습니다.
▲ 일요일(26일) ebs 일요시네마(낮 2:15)에서 준비한 작품은 ‘훌라걸스(フラガ-ル / Hula Girls, 2006, 감독: 이상일)’입니다.
1965년 석유의 시대가 열리며 탄광들은 하나둘 문을 닫습니다.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의 죠반 탄광도 예외가 아니지요. 백 년 이상 터를 잡고 한 가족처럼 지내오던 광산 사람들에게도 수천 명에 달하는 대규모 해고는 피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마을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회사 측에서는 온천수를 활용한 위락시설인 ‘하와이안 센터’의 건립을 추진하지만 완고한 마을 사람들의 반대에 부딪힙니다.
‘훌라걸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의 주재(主材)이자 가장 큰 볼거리는 역시 훌라춤. 특히 황량한 탄광 마을 풍경과 번갈아 가며 화려하게 펼쳐지는 훌라 쇼 장면은 시각적, 청각적으로 대비를 이루며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마을 사람들은 물론 순박한 시골 소녀들의 모습과 말투 그리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들며, 자연스럽게 가슴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 같은 날 ebs 한국영화특선(밤 11:00)에서는 장미희를 만나보시지요. ‘황진이(1986, 감독: 배창호)’입니다. 안성기, 신일룡, 전무송 등이 장미희와 호흡을 맞춥니다.
배창호 감독의 ‘황진이’는 국내 최초로 파나비전 카메라로 촬영된 수려한 구도의 와이드 영상이 일품입니다. “탈고전적인 스타일 실험을 본격화한 영화로서 롱테이크, 고정된 카메라, 탈중심화된 구도, 심도 깊은 화면, 그리고 치밀하게 계산된 미장센 등 예술적인 형식의 조화는 진정한 볼거리이며 영화 언어에 대한 자의식을 뛰어넘었다.”(강소원 동아대 교수)는 평을 받았습니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황진이의 삶을 갖바치와 벽계수, 이생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나누어 한 남자를 측은히 여기면서 다른 한 남자를 사랑했으며 또 한 남자를 어머니처럼 보살폈던 이상화된 여성상으로 재현해 냅니다. 감독 자신도 ‘황진이’는 자신의 연출 활동뿐 아니라 개인적 삶의 태도에서도 큰 변화를 갖게 한 “새로운 데뷔작”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난주 정윤희(‘사랑하는 사람들’)에 이어 20대 장미희를 본다는 사실이 설렙니다.
* 주말 obs시네마 두 편도 살짝 엿볼까요.
- 토욜 obs시네마(밤 10:10)에서는 ‘리딕: 헬리온 최후의 빛(The Chronicles Of Riddick, 2004, 감독: 데이빗 토히)’을 방영합니다. 우주 최고의 범죄자 ‘리딕’과 정복자 ‘네크로몬거’ 족의 거대한 결투가 시작됩니다. 컬트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SF 호러물 ‘에어리언 2020’의 속편 격.
- 일욜 obs시네마(밤 10:10)에서는 ‘우리 동네(Our Town, 2007, 감독: 정길영)’를 방송합니다.평온한 동네에 동일한 방식의 연쇄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합니다. 피살자는 모두 여성이며 발견 당시 양 손이 노끈에 묶인 채 십자가 모양으로 매달려 있습니다. 한편, 추리소설가 지망생은 월세금을 독촉하던 집주인과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연쇄살인범을 모방하여 시체를 처리합니다. 섬뜩하게 얽힌 세 남자와 살인의 고리를 다룬 스릴러물. 오만석, 이선균, 류덕환, 정혜원 등이 열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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